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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사라짐과 위장, 현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 2: 체액과 지문, 기억과 알리바이

by 북콤마 2018. 4. 23.


사라짐과 위장, 현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 2: 범죄 스토리텔링에서 현장 구성

3.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라.: 체액과 지문

__타액이나 정액 같은 범인의 체액은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다. 사라지기 전에 찾아내야 한다.

__현장에 남는 것은 대개 창틀에 묻은 장갑 흔적이나 벽을 딛고 움직일 때 찍힌 족적 등이다. 범인이 현장을 떠날 때까지 장갑을 벗지 않는다면 지문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상습범들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현장 관리'를 한다. 현장 감식에 나선 형사로서는 증거 수집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__<서울 광진구 주부 성폭행 사건>에서 범인은 자기 몸을 닦은 아기 포대기를 갖고 달아났다. 범인이 증거물을 인멸하기 전에 찾아야 했다.

__<의정부 연쇄 절도 사건>에서 범인은 범행을 저지를 당시 복면을 쓰고 덧신을 신고 있었다. 그러면서 폐쇄회로 TV을 교묘히 피해 다녔다. 하지만 막상 형사들에게 쫓겨 달아날 때는 복면과 덧신을 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폐쇄회로 TV에 찍혔다.

__<양주 전원주택 살인 방화 사건>에서 범인은 범행 현장을 떠나기 전에 불을 지르고 보일러를 가동시켰다. 범인은 수사 단서가 불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지문은 고온에서는 수분이 증가하면서 흔적 자체가 사라진다. 

__설상가상 현장의 날씨가 짙은 구름에 가려 곧 비가 올 조짐이 있다면 더욱 서둘러야 한다. 비가 내려 현장 주변을 적신다면 지문 같은 단서가 그곳에서 나올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제 시간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__지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열이나 습기 같은 환경적 요인에 망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감식반은 한번 현장에 들어서면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최대한 빨리, 많이 얻어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화장실 갈 시간도 아끼려고 음식과 물을 먹지 않을 때가 많다. 절박하다.

4. 사라지는 시간: 기억과 알리바이

__시간이 지나면서 수사에 아무런 소득이 없으면 수사본부는 점점 쪼그라들다가,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뒤에는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수사본부는 해체되고, 사건은 영구 미제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다.

__살인 사건 공소시효는 이전에는 15년이었지만, 2015년 8월부터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__<부산 교수부인 살인 사건>에서 범인인 남편은 아내가 실종한 당일의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인근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기록, 술집에서 결제한 기록, 폐쇄회로 TV 기록을 알리바이로 제시했다. 시신이 낙동강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그는 난공불락처럼 버텼다.

__폐쇄회로 TV는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폐쇄회로 TV와 차량 블랙박스를 수집하기까지 골든타임은 범행이 발생한 후 일주일이다. 최근 출시된 폐쇄회로 TV와 블랙박스는 대부분 고화질로 녹화되는데, 고화질일수록 용량이 커 오래 저장할 수 없다. 보통 저장 공간이 가득 차면 오래된 화면부터 삭제된다. 보통 일주일 간격이다. 즉 수사 초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결정적인 단서를 놓친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