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진짜 표정이 뒤로 숨고 범인이 뒤바뀐다.
1. 트라우마
__과학수사 요원들은 트라우마가 있다. 작은 오판으로도 수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 때문.
"모든 정황이 범인으로 지목할 때도 범인이 아닐 일말의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때 답을 정하고 보는 외부 시선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2. 찰나의 순간으로서 혈흔
__<춘천 형제 살인 사건>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 최저기온이 6도까지 내려간 그날 거리는 적막하고 서늘했다."
과학수사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범인의 아버지는 현관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오가는 경찰관들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아들을 지켜야겠다는 부모의 절박함에서 이미 증거물을 훼손한 후였다.
죽음의 '찰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혈흔'이었다. 검시관은 비산 혈흔에 주목했다.
"가해자나 피해자의 행위를 추정하기 위해, 공기를 가르고 날아간 '비산 혈흔'을 찾는 게 중요했다.
몸에서 칼이 빠질 때 나오는 피의 흔적 등을 통해 생기는 비산 혈흔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3. 최초 신고자
__<안성 부부 살인 사건>에서, 처음 화재를 신고한 사람은 이웃 주민이자 안성소방서에 소속된 현직 소방관이었다. 그가 초기에 진압한 덕분에 불은 소방대원들이 출동하기도 전에 이미 진화됐다.
하지만 단순 화재인 줄 알았던 사건은 이후 곧 살인 사건임이 밝혀졌다.
범인은 뜻밖의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가 자살할 것 같다고 아들이 신고했는데,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사건을 처음 신고한 소방관이었다.
'처음 화재 신고를 한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다니. 수사팀이 보기에,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자살을 한다는 건 스스로 범인임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방관의 차량을 추적한 끝에 그를 찾아낸 결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앞에 두고, 그는 난간 너머로 막 목을 던지려던 참이었다. 난간 밖으로 이미 한쪽 다리를 넘겨 놓은 상태였다. 급박했다.
4. 선한 사마리아인
__<정읍 여성 납치 사건>에서, 출근 중이던 한 트럭 운전사 A가 비명 소리를 들었다.
"꽤 가까운 곳에서 비명 소리가 났고, 분명 여자 목소리였다."
그 운전사는 비명 소리가 난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범행 현장에는 사람은 없었고, 휴대전화와 가방, 하이힐이 널브러져 있었다. 저 멀리 검은색 차 한 대가 큰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A는 누군가 납치된 것 같다며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현장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구대가 경찰이 바로 출동했다.
그런데 그때 A가 차 한 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큰길로 사라졌던 그 차가 어느새 돌아와 모습을 보였다. A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량이 다시 큰길 쪽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나중에 그 차를 추적해 범인을 잡았을 때, '사건 현장에는 왜 다시 돌아왔느냐'는 질문에 범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여자가 핸드백을 놓고 왔다고 했고, 범인도 잡아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갔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 경찰이 이미 출동해 있어 '경찰이 가방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하고, 부상 입은 여성을 치료하려고 병원으로 차를 돌렸다." 범인으로 몰리는 게 억울하다는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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