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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그것은죽고싶어서가아니다

스위스에서 허용되는 외국인 조력자살: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by 북콤마 2020. 12. 4.

조력자살(또는 의사 조력 사망)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고통을 덜기 위해 의사에게서 치명적인 약이나 주사를 처방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로 적극적인 안락사로 볼 수 있다.

__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치사약을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게 '적극적 안락사'라면, 의사한테 처방받은 치사약을 환자 자신이 주입해 목숨을 끊는 건 '조력자살'이다.

__두 제도 모두 환자가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른다는 점은 같지만,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 적극적 안락사는 형식적으로 타살이지만, 조력자살은 자살 개념이기에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__스위스는 조력자살은 허용하지만 적극적 안락사는 법적으로 금지한다.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이 시작된 배경

__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의 역사는 근대 계몽기까지 올라간다. 같은 맥락에서 스위스 연방정부도 20세기 초 자살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고, 자살을 돕는 것 역시 처벌하지 않았다.

__그러다가 자녀가 재산을 빨리 상속받으려는 의도로 부모의 자살을 돕는 일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스위스 정부는 1942년 악용을 막고자 일부 처벌 조항을 담은 형법 115조를 제정했다.


존엄사로서 조력자살을 명시한 법조항은 없다

__스위스에선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자살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존엄사의 의미로서 조력자살을 명시한 법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즉 조력자살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법적 규정은 없다.

__다만 형법115조에 이렇게 명시돼 있다: ‘이기적인 동기로 타인의 자살이나 자살 시도를 유발하거나 조력하여, 만일 그 타인이 실제 자살을 하거나 자살 시도를 하였다면 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__이 조항을 조력자살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는 영리를 취하는 등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자살을 도운 게 아니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외국인 조력자살이 허용되는 근거

__관련 법조항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__개인의 자율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스위스에서 법은 최소한의 원칙만을 정하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허용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의 형법

__자살을 죄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자살 교사와 자살 방조는 죄로 규정한다.

__또 스위스와 달리 ‘동기’로 죄의 유무를 구분하지 않아 조력자살이 허용될 틈이 없다.

__한국에선 환자가 간절히 죽음을 원해 의사가 ‘선의’로 치사약을 처방해도 예외 없이 처벌된다.

스위스에서 허용되는 외국인 조력자살

__1998년부터 2019년까지 22년간 3027명의 외국인이 디그니타스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 디그니타스 외 단체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__특히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안락사가 금지된 주변 국가에서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이 스위스로 넘어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디그니타스가 자살 관광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__스위스에서 외국인 조력자살이 사실상 가능해진 건 1998년 디그니타스가 설립된 이후부터다. 즉 조력자살을 원하는 환자와 이를 도와줄 의사를 찾아 연결해주는 민간단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__엑시트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조력자살을 지원하는 단체라면, 디그니타스는 대상을 외국인으로까지 넓혔다. 스위스로 온 외국인의 자살을 돕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었다. 양로원 등에서 가끔 시행되던 조력자살은 이러한 단체들이 설립되면서 점차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아갔고 세계적으로도 알려지게 됐다.

네이버 책 소개:<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357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