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잡이 테니스, 오버래핑 듀얼 포핸드: <테니스 5세트 클래식>

2022년 3월 마이애미 오픈 2회전(64강)

J. J. 울프 vs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두 손을 각각 따로 사용할 수 있다면?

__ 동호인은 물론 프로 수준에서도 포핸드와 백핸드의 차이는 여전히 작지 않다. 포핸드가 훨씬 편하고 안정적이면서 공격적인 샷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백핸드는 불편하고 불안하고 수비적이다.

__그런데 만약 자신의 반대편 손을 이용해 또 하나의 포핸드를 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피나는 연습을 거쳐 포핸드를 오른쪽에서도 왼쪽에서도 손만 바꿔가며 자유자재로 칠 수 있다면. 또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사용해 서브를 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

 

The Game

__1세트 뚜껑을 열어보니 무명인 울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미국 선수로서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맞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치치파스와 맞서 거의 대등한 실력을 보였다.

__그래도 치치파스가 1세트를 접전 끝에 6-4로 따낼 수 있었다. 흐름은 2세트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그런데 5-5까지 버틴 울프는 경기의 양상을 일거에 뒤집어버리는 엄청난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__치치파스의 서브권이었다. 치치파스의 백핸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력을 더했다. 회전을 듬뿍 담은 백핸드 대각 공격은 울프의 약점인 백핸드 코너를 지독히 찔러댔다. 울프는 점점 백핸드 방어에 심리적, 체력적 어려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치치파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0-15 상황에서 회심의 백핸드 크로스를 울프의 코너 구석으로 보내고 자신만만하게 네트 앞으로 전진했다.

__하지만 이 순간 울프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엄청난 샷을 만들어냈다. 백핸드 코너 쪽으로 빠지는 공을 가까스로 다가가 받아냈는데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라켓을 순간 왼손으로 바꿔 잡은 뒤 그대로 강타를 날려버린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샷이었다. 치치파스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관중들은 경악했다. 듣도 보도 못한 샷을 무명 선수가 사용하다니. 관중들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경기를 중계한 해설자는 “믿을 수 없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 포핸드로 놀라운 위너를 만들어냈습니다”라고 외쳤다.

__<테니스 5세트 클래식>

__울프의 과감하고 창의적인 샷에 경기 흐름은 일거에 뒤바뀌었다. 그동안 수세에 몰리던 울프는 타이브레이크까지 승부를 몰고 가 귀중한 2세트를 따냈다. 3세트에서 심기일전한 치치파스가 집중력을 되찾아 6-1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이날 경기의 승자는 울프에 가까웠다.

__ 이런 해외 토픽 같은 장면과 인터뷰는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돼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남자프로테니스(ATP) 주관 단체는 “아마도 올해 가장 멋진 샷이 될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경기에 지면서 2회전 탈락에 그쳤지만 이제 울프는 더는 과거의 무명 선수가 아니었다.

 

미래의 테니스: 오버래핑 듀얼 포핸드

__김청의: 한국 실업 테니스 선수 가운데 한 명도 바로 이 기술을 실전에 적용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안성시청 소속으로 뛰는 김청의(32세)는 20대 초반이던 지난 2009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른손으로 포핸드를 치다 경기 도중 백핸드 쪽으로 공이 오면 라켓을 왼손으로 바꿔 잡은 뒤 왼손 포핸드를 때린 것이다.

__미국의 테니스 기술 전문가 마티 스미스는 2017년 그의 저서 <Absolute Tennis>에서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사용하는 기술을 미래의 테니스로 소개했다. ‘오버래핑 듀얼 포핸드’라고 명명한 이 기술.

__오버래핑 듀얼 포핸드의 기술적 핵심 포인트는 신속한 그립 변화다. 먼저 준비 자세에서 양손을 겹쳐 잡는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손으로 보통의 그립을 쥐고 그리고 왼손가락을 오른손의 중지와 약지, 소지에 차례로 포개어 놓는다. 이렇게 그립 준비 자세를 취하고서 상대가 공을 보내면 방향에 따라 한쪽 손만 자연스럽고 신속히 빼 라켓을 휘두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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