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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완전범죄는없다> 2회: 양양 일가족 방화 사건

by 북콤마 2019. 6. 28.


<완전범죄는 없다> 2회: 양양 일가족 방화 사건

사건 시놉시스: '휘발유' 언급

"현장은 암흑이었다. 당장 시꺼먼 연기가 앞을 가려, 1미터 앞이 겨우 보일까 말까 했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고, 발목까지 가득 찬 진화용 소방 용수 때문에 발을 쉽게 디딜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그곳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5분이었다."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마가 휩쓴 자리에는 잿더미가 남는다. 그 안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이 과학수사. 요원들은 초기 현장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화재의 원인은 당장 알 수 없었다. 가스 폭발을 의심했지만, 가스 밸브와 가스 선에는 이상이 없었다. 현장 감식이 다시 이루어졌다.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주황색 전기장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기선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기 불량으로 화재가 났을 가능성도 없었다.

"피해자가 평소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이웃 주민의 증언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자녀를 살해한 후 본인도 자살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봤지만,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시신이 발견된 모습과 장소가 뭔가 이상했다. 보통 부모가 자녀와 함께 죽는 길을 택할 경우, 가족이 한곳에 모여 있기 마련인데, 두 아들은 거실, 모녀는 작은방에 흩어져 있었다. 출입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는 점도 통상의 자살 현장과는 달랐다. 

그때 친한 친구인 가정주부 이씨가 경찰 진술에서, 갑자기 묻지도 않는 '휘발유'를 언급하며 사망 원인을 자살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씨는 이렇게 진술했다. "죽은 박씨가 내게 1400만 원 상당의 빚을 질 정도로 생활고가 심했고, 남편과의 불화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경찰의 의심은 짙어가는데, 조사받는 내내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느낌이 왔다.

또 네 가족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을 뿐 아니라, 화재 현장의 현관과 계단에서 발견된 맥주병과 음료수병에서도 졸피뎀 성분이 나왔다. 피해자 박씨는 평소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이 없었다. 수사팀은 피해자의 친구인 범인이 화재 당일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 28알을 구입한 기록을 확보했다. 여기에 신발장 다섯째 칸에서는 범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빌린 내역이 담긴 차용증과 거래내역서가 발견됐다. 

범인 이씨의 사건 당일(2014년 12월 29일) 행적

오후 211: 강원 강릉의 한 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간 수면제 28알을 구입한다.

오후 342: 강릉 주문진의 한 마트에서 음료수 4, 병맥주 1, 캔맥주 2캔을 구입한다.

저녁 759: 피해자 박씨에게 전화를 한 뒤 박씨 집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