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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다시 출발선

이 달의 기자상 수상 소감 <국정원, 경찰, 여권 3각 커넥션 등 국정원 댓글 사건 연속 보도>

by 북콤마 2013. 11. 21.

 

국정원, 경찰, 여권 3각 커넥션 등 국정원 댓글사건 연속보도

제277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감. 강철원기자

2013년 11월 6일

 

 

 
 
 

 

이제는 언론인 사이에서도 잊혀져 가고 있지만 한국일보 기자들은 8월12일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 6월15일 사주와 경영진의 부당한 편집국 폐쇄에 맞서 투쟁에 돌입한 지 두 달만이다. 두 달이라는 기간은 기자들에게 상당히 긴 공백이다. 현장감각도 떨어지고 취재원들도 떨어져 나가기 십상이다.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에게, 정상적인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언론사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취재원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이 같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지난 8월30일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로 제276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일부에서는 “한국일보가 정권에 잘 보이려고 중도를 포기하고 보수의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녹취록 전문이 실린 9월2일 한국일보는 좌파와 호남, 여성 비하발언을 인터넷을 통해 3,500여건이나 게시해 물의를 일으킨 아이디(ID) ‘좌익효수’가 현직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함으로써 국정원의 일탈행위가 조직 차원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의미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석기 의원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발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을 비판하는 이 같은 보도는 흐름과 안 맞는 기사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받았다.

9월11일 한국일보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이 발생한 12월11일부터 경찰이 허위수사결과를 발표한 12월16일까지 엿새 동안 국정원 2차장 산하 국내담당 간부들이 서울경찰청 고위간부 및 여권 핵심인사들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이틀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 댓글 작성 부서인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이외에 국내담당인 2차장 산하 간부들이 경찰 수사에 깊이 관여한 것은 물론 여권과 교감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일보가 진보성향으로 돌아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인이 없는 회사라 좌파성향이 강해졌다는 해석도 곁들여졌다. 불과 2주도 안 돼 보수신문이 진보신문으로 바뀌었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이치에 맞는 주장인지 묻고 싶다.

한국일보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독자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을 언론 본연의 사명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진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진실의 영역에 보수나 진보와 같은 정치적 개념이 끼어들 여지는 단 1%도 없다.

조악한 보고와 기사를 잘 키워서 작품으로 만들어 준 이희정 사회부장과 황상진 국장, 이계성 편집국장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