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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민간인사찰과 그의주인

추천의 글_문재인의원 <민간인 사찰과 그의 주인>

by 북콤마 2013. 11. 20.

 

제가 김인회 교수와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낸 후 검찰 개혁을 주제로 북콘서트를 할 때, 민간인 불법 사찰의 피해자 김종익 씨가 토크 손님으로 출연한 일이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대강의 사연이 이미 알려진 터인데도, 그의 피해 경험담은 청중을 울렸습니다. 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로 평생 일군 기업을 잃었고, 되레 부당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나를 포기하고 싶었다. 수면제 100알을 모아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자살하려 했다라고 그때의 절망감을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충격이었고 고통이었습니다.

국가권력이 사적인 목적에 유용되면 국민을 해치는 흉기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일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장기간 조직적으로 자행됐습니다. 촛불 집회의 배후를 캐기 위해,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해, 참여 정부 출신 인사들의 뒷조사를 위해…… 그것도 최고 권부인 청와대의 지휘에 의해 행해졌습니다. 유신 독재와 군부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헤쳐온 지난 세월이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역사의 퇴행이었습니다.

민주주의 파괴 범죄였습니다. 이 책은 이명박 정부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자행된 민간인 불법 사찰을 일반 범죄와는 달리 국가기관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자행된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몸통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여야 간에 합의했던 국정조사도 여당의 방해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찰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났습니다. 대선 기간 중에 벌어진 국가기관들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민간인 불법 사찰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권의 보위를 위해 국가권력을 사사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를 처참하게 무너뜨렸습니다.

역시 사람이 희망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비추는 불빛들이 있습니다. 경찰의 권은희, 검찰의 윤석열 같은 분들입니다. 그리고 권력과 언론의 담합 구조 속에서 외롭게 사명을 지키려는, 저자들과 같은 소수의 언론인들입니다. 그런 분들이 있어, 우리는 세상이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위로를 받습니다. 도무지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혼탁한 상황에서도 한 발자국 전진하기 위한 걸음을 뗄 용기를 얻습니다. 이 책에서 어둠 속에 묻힌 진실을 밝히려는 저자들의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방대한 양의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에 대한 분석, 발로 뛰는 취재의 흔적들을 이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을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사건의 실체를 볼 수 있습니다. 가려진 몸통의 그림자까지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행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 문제는 이제 박근혜 정부로 공이 넘어왔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언론인 탄압,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등 국가권력을 사사롭게 유용한 불법행위들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제도적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단언컨대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여기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법과 정의가 바로 선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저자들의 노고가 그렇게 보상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문재인(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