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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33년만의 진범

포즈와 연극: <33년만의 진범>

by 북콤마 2021. 7. 21.

이제 범행 수법이 바뀌었으니 다른 범인의 소행으로 봐야 할까.

이렇게 끊어진 연쇄의 고리를 찾는 숙제 앞에서 시그니처 분석은 힘을 발휘한다.

 

존 더글러스는 포즈posing’연극staging’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범행 수법과 시그니처의 함의에 대해 좀 더 상술한다.

 

1990년 시애틀에서 일어난 존 러셀 2세 사건에서 3명의 여성이 살해된 3건의 살인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여성들은 피살 당시 모두 알몸에다가 도발적이고 음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연극은 범인이 경찰의 수사 방향을 흐트러뜨려 실제 벌어진 일을 오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령 강간범이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연극을 꾸미는 것은 MO. 하지만 일부러 이런 포즈를 취하게 한 것은 시그니처라고 봐야 한다.”__존 더글러스 <마인드 헌터>

 

더글러스는 살인 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설적인 포즈를 보고 세 살인 사건이 같은 범인의 소행이라고 파악했다. 변호사 측이 범행 수법이 서로 다른 세 살인 사건(거리 폭행, 액살, 가택 침입 등)을 도저히 동일인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더글러스는 반복되는 시리즈성 포즈가 세 사건을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즉 그는 상이한 범행 수법이 아니라 시그니처를 통해 동일범 소행 여부를 단정했다. 사람들이 연결점을 찾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포즈에서 더글러스는 독특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읽어낸 것이다. 더글러스의 생각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범죄자는 그 범죄로부터 어떤 것을 얻어내려 하지만 얻기 위한 수단은 서로 다른 것이다.”

 

이춘재가 8차 사건에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 범행한 것처럼 범행 수법을 바꾼 것, 즉 연극 행위는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더글러스가 그것은 시그니처에 해당한다고 간파한 포즈가 화성연쇄사건엔 없었을까.

 

33년만의 진범

최악의 장기미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종막WHY? + HOW? = WHO?1986~1994년 8년 범행 자백에서 범인의 실체까지 미치도록 잡고 싶다던 진범의 과거 행적과 사건의 구체적 전개 상황을 낱낱이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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