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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33년만의 진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시그니처, 매듭과 매듭: <33년만의 진범>

by 북콤마 2021. 11. 8.

이 책에선 화성 2차 사건 때부터 꾸준히 등장한 매듭지은 스타킹 등 결박을 시그니처로서 주목했다.

 

__이춘재는 왜 밧줄이나 탄탄한 끈을 준비하지 않고 범행 도구로 피해자의 스타킹을 사용했을까. 단순히 살해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스타킹에서 범행 도구 말고도 다른 가능성을 봤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도구다. 밧줄을 쓰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을…. 신축성 있는 스타킹은 사실 (범행) 도구로는 그렇게 좋은 도구가 아니다.”('그것이 알고 싶다' 이수정 교수 인터뷰 )

 

__이춘재는 살인 14건 모두에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심지어 청주 처제 살인 사건에서마저 사용하던 둔기를 중간에 멈추고 끝내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목숨을 빼앗았다.

이러한 목조름 살해에 대한 중독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춘재를 사이코패스 중 피해자를 통제하는 데서 자존감을 느끼는 타입이라고 규정한다.

“연쇄살인범이 액살이나 교살을 택하는 것은, 피해자가 바로 죽지 않고, 피해자가 죽는 시간을 자기가 조절할 수 있고, 피해자의 삶을 통제하는 권한을 자기가 갖고 조절하기 위해서다. 내가 신이 되는 듯한 느낌, 신이 되는 것이다.”('그것이 알고 싶다' 박지선 교수 인터뷰)

 

__살해 도구로 매듭지은 스타킹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 피해자의 생사를 자신의 손 안에 두기 위해서다.

“일단 매듭을 사용했다는 것은 많은 시간 피해자가 (범인 자신과 함께) 살아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그것이 알고 싶다' 권일용 교수 인터뷰)

 

__단순히 통제하는 데서 더 나아가 ‘피해자가 죽는 시간을 자기가 조절해’ 피해자를 장시간 통제하기 위해서다. 살인범은 피해자가 고문에 가까운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모습을 최대한 오래 지켜보기 위해 그런 짓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여기엔 가학성 성도착이 엿보인다. 범인이 매듭과 매듭 사이, 마디와 마디 사이에서 한계를 시험하는 동안 피해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발버둥을 쳤다.

 

__비슷한 예가 2006~2008년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7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다. 그도 6명의 피해자를 스타킹을 사용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붙잡힌 뒤 그가 살던 빌라의 옥상에선 포장을 뜯지 않은 스타킹 70여 개가 발견됐었다.

강호순은 전부, 이춘재는 대부분의 범행에서 교살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범행이 성폭행 후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스타킹을 주요 살해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이춘재는 스타킹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의 옷차림과 소지품에 따라 스타킹이 되기도 했다가 블라우스 조각이나 목도리로 대체되기도 했다.

 

__강호순 또한 스타킹을 살해 도구로 사용할 때 생기는 시간 지연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강호순을 면담했던 범죄심리학자는 그 소름끼치는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강간 후 피해자를 살해할 때는 잠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며 한눈을 팔게 한 후,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자신이 사전에 준비한 스타킹으로 목을 졸랐는데 스타킹이 신축성이 있어서 피해자가 숨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그(강호순)는 차에서 내려 담배 한 개비를 태워 물곤 했다. 피해 여성이 마지막 순간에 겪었을 고통과 공포를 담배 한 개비로 외면할 정도로 그는 잔인한 살인마였다.”(이수정, 김경옥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피해자가 죽어가는 과정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강호순은 죽이는 것 자체보다는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스타킹을 선택했다.

 

범인의 내적 동기에 의해 드러나는 습관화된 결박이나 매듭, 그것은 아무리 해도 감출 길 없는, 내적인 욕구가 범행에 자연스레 묻어난 서명 행위였다.

 

 

33년만의 진범

최악의 장기미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종막WHY? + HOW? = WHO?1986~1994년 8년 범행 자백에서 범인의 실체까지 미치도록 잡고 싶다던 진범의 과거 행적과 사건의 구체적 전개 상황을 낱낱이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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