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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33년만의 진범

화성 8차 사건 재심: 이춘재 증인 신문, 윤성여씨 무죄판결

by 북콤마 2020. 12. 18.

2020년 11월 2일 이춘재는 수원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열린 화성 8차 사건 재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내가 맞다”고 말했다.

8차 사건 현장인 방으로 들어가던 순간: “문 앞에 책상인진 몰라도 뭔가가 있었던 건 분명히 기억한다. 장애물을 밟고 넘어갈 때 (양말을 뒤집어쓴) 양손을 짚으면서 발을 쑥 높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범행을 끝내고) 나올 때 양손을 장애물에 딱 짚으면서 보니까 굉장히 광이 나는 재질이었다. 달빛을 받아서 빛나는 그런 판 같은 게 있었다”

왜 살인을 했는가(변호사 신문): “상황이 그렇게 돼서 어쩔 수 없었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가: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언제 살인 충동을 느꼈는가: “그런 걸 느낀 적 없다”

살인을 계획하지 않았는가: “계획한 적 없고, 그냥 길을 가다가 마주쳤는데 상황이 만들어지면 그렇게 했다”

초등생 살인사건(1989년 7월)을 두고: “목매 자살하려고 산에 갔다가 못하고 나오는 길에 김양(피해자)을 봤다. 피해자가 놀라 도망가서 자연스럽게 안아 들고 숲으로 데려왔다. 범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고, 피해자가 도망가서 상황이 그렇게 됐다”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지 않았나, 김양이 본인의 얼굴을 봐서 그런가: “내 얼굴을 보고 말고는 상관없다. 그냥 상황이 그렇게 돼서 죽였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을 상대로 강간을 할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 “그냥 하나의 과정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된 거다. 멈추면 강간이 되는 거고, 진행이 되면 살인이 되는 것”

살인 동기와 목적에 대해 거듭해 묻자: “내가 그걸 얘길 못하니까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사람을 죽이고 나선 어떤 느낌이냐: “순간적으론 ‘이건 아니다’,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돌아서고 나면 그걸로 끝” “범행을 한 뒤에도 신경도 안 쓰고 자연스럽게 (범행 장소를) 지나가고, 꺼림칙하다든가 여길 피해서 가야 한다든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피해자의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으냐: “사실 가해자로서 (과거 사건을) 밀어내면서 내 마음의 안정을 찾은 부분도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나와 차이가 있을 거다. 분명히. 그 고통을 가슴에 끌어안고 하루하루 참아가면서 언젠가는 범인이 잡히겠지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느껴보지 못할 거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을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잘못된 건 바로잡고 내가 진실을 말함으로써 그동안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명복이라든가 유가족 분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유가족 분들이 마음의 평안을 찾아서 앞으로의 삶이 편안해졌으면 하는 단순한 마음이다. 나로 인해 죽은 피해자들의 영면을 빌며, 유가족과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 내가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형생활을 한 윤 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이춘재가 벌인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0년 12월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는 살인 및 강간치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던 윤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2019재고합17). 1988년 8차 사건이 발생한 지 32년만이다.

재판부: "윤씨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__"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윤씨의 신체 상태,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 피해자 부검감정서 등이 다른 증거와 모순·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

__"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범행 현장 체모에 대한 감정결과와 경찰 진술조서 등도 윤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__"반면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__"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및 제출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결국 잘못된 판결이 선고되었고, 그로 인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옥고를 치르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윤씨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네이버 책소개: <33년만의 진범>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96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