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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칸트와 푸코

푸코는 칸트의 기획을 어떻게 '변형'해 '지속'하는가?: <칸트와 푸코>

by 북콤마 2025. 3. 3.

칸트 철학의 ‘변형을 통한 지속’이라는 푸코의 기획

__정확히 칸트의 비판의 어떤 점이 비판되는가? 그것은 비판의 초월적(transzendental) 성격이다.

__푸코는 『지식의 고고학』 결론에서 고고학의 목적은 “사유의 역사를 초월적 예속으로부터 해방하는 것, (…) 즉 모든 초월적 나르시시즘으로부터 그것을 떼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철학이 초월적 반성과 동일시되기 시작한 것이 칸트 이후라고 말함으로써 저 “초월적 예속” 혹은 “초월적 나르시시즘”의 기원에 칸트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__칸트의 비판을 비판하며 변형할 때 변형의 관건은 '역사'다. 푸코는 칸트의 비판을 역사화한다. 푸코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초월적인 것에 가능한 한 최소의 공간을 남기기 위해 최대한 역사화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__푸코는 (지식, 권력, 주체 등을 성립시키는) ‘가능성의 조건’에 대한 진단이라는 의미의 비판을 자신의 작업의 본질로 삼는다는 뜻에서 칸트의 정신을 ‘지속’하면서도, 그 비판을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조건이 아니라 특수하고 우연적이며 역사적인 조건에 대해 수행함으로써 그것을 ‘변형’한다.

__푸코의 역사서술은 현재의 ‘가능성의 조건’을 진단한다는 점에서 분명 비판적 기획이지만, 가능성의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조건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초월적 비판은 아니다. 즉 푸코의 기획은 비판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칸트적이지만, 비판이 무엇이며 어떤 층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칸트의 개념화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비판적으로 칸트적이지는 않다.

"사유의 비판적 역사"

__푸코는 “그 자체가 사유방식이 아닌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폴 벤느). 우리가 진리를, 타인과의 관계를,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유하는가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 즉 사유는 경험을 정립하는 “경험의 초점(foyer d’expérience)”이다(푸코). 잘 알려져 있듯 말년의 푸코는 평생에 걸친 자신의 작업을 “사유의 비판적 역사”로 규정한다.

__푸코는 비판을 가능성의 조건에 대한 진단이라는 칸트적 의미로 이해하므로 사유의 비판적 역사는 사유의 가능성의 조건의 역사를 뜻하며, 이는 다시 경험의 가능성의 조건의 역사를 의미한다. 푸코는 자신의 작업 전체를 경험에 대한 비판, 즉 경험의 가능성의 조건의 규명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정확히 칸트 비판철학이 수행하고자 했던 작업이다. 푸코가 자신의 작업 전체를 사유의 비판적 역사로 설명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칸트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__사유가 경험을 정립한다고 했을 때, 그 사유는 초월적 주체의 자발성의 작용이 아니다. 우리가 사유하는 대상과 방식을 규정하는 일정한 역사적 조건이 존재하며, 사유의 가능성의 조건을 진단한다는 것은 그 역사적 조건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칸트 비판철학에서는 초월적 주체의 본성적 구조가 경험을 가능케 한다면, 푸코의 ‘사유의 비판적 역사’에서는 역사적 선험(때로는 담론으로, 때로는 에피스테메로 불리는)이 우리의 경험을 규정한다.

__요컨대 경험의 가능성의 조건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더라도, 칸트가 초월적 주체의 문제에 집중하는 데 반해 푸코는 역사적 지평에서 출발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푸코는 칸트의 기획을 ‘변형’하여 ‘지속’하는 것이다.( 『칸트와 푸코』 185~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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