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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한국의 장기미제11

<한국의 장기미제> 9회: 제주 보육교사 피살 사건

by 북콤마 2020. 1. 6.


<한국의 장기미제> 9회: 제주 보육교사 피살 사건

사건 시놉시스

경찰은 2018년 12월 18일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번에는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고 10년이 다 돼서야 B씨를 구속할 수 있었다. 검찰은 2019년 1월 15일 B씨를 강간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제주지방법원은 2019년 7월 11일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일 피해자가 B씨의 택시에 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태운 택시가 용담동 맨션 앞에서 피해자의 집이 있는 구엄리까지 가는 최적 경로로 용해로 삼거리, 제주공항 앞, 신광 로터리를 지나 외도 차량번호판독기가 설치된 지점을 경유해 일주 도로로 가는 길을 선택하고,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뒤 중산간도로를 이용해 제주시로 돌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수사기관이 추정하는 범인 이동 경로에 설치된 각 폐쇄회로 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예상 추정 시간에 범인의 택시와 유사한 차령이 찍혔다며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경찰의 추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경로는 운전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를 태운 범인의 차량이 경찰이 추정한 경로로 갔으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범인 이동 경로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정은 외도 차량번호판독기에서 B씨의 차량이 확인된 것을 토대로 처음부터 범인을 특정한 뒤, 각 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에 유사한 차량이 찍힌 것에 의거해 시신 발견 장소와 소지품 발견 장소를 포함한 것으로 봤다. 수사기관이 추정한 범인 이동 경로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폐쇄회로 TV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른 지점보다 비교적 단순했다. 폐쇄회로 TV 영상은 해상도가 매우 낮고 일부 가려져 있어서 해당 차량의 차종과 색상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를 인용했다. 경찰이 B씨와 피해자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세운 섬유 증거에 대해서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미세 섬유 증거와 분석 자료만으로는 피해자가 B씨의 택시에 타고, 이후 둘 사이에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감정서를 보더라도 섬유 증거는 ‘유사하기는 하나 동일하다고까지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 포인트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경부 압박 질식사. 시신은 하의가 벗겨진 채 발견됐지만 성폭행을 당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양손 손바닥에 경미하게 베인 상처 외에는 달리 외상이 없었다.

범인은 면식범?: 보통 면식범에 의한 살인은 원한 등이 이유가 되면서 시신에서 폭행을 주고받은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때 피해자와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그런데 피해자에게서는 구타와 상해 흔적이 없었다. 피해자의 가방 속엔 신분증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현금 10만 원가량이 없어졌다. 경찰은 비면식범의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분석했다.

수사 단서는?: 경찰은 피해자가 실종된 당일 남자친구 집과 사체가 발견된 장소 사이를 통행한 택시 운전기사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직접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한 결과 택시기사 한 명의 진술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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