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1991년의 제도적 변화: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by 북콤마 2023. 6. 27.

왜 1987년이 아니라 1991년이 중요하나

우리는 1987년 ‘직선제 쟁취’라는 변화에 과도하게 몰두해 이후 벌어진 중요한 변화를 놓치는 경향이 있다. 1987년의 6월 항쟁과 7월~9월 노동자 대투쟁, 12월 대통령 선거가 중요한 역사적 계기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1987년 정세’에 대한 대응이 어떤 제도적 변화로 나타났는지를 묻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이때 제도적 변화의 구체적 시도들이 1990년에서 시작되어 1991년으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1991년의 제도적 변화가 낳은 후과 속에서 아직도 대립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한국의 모든 국제적 대처는 1991년 시점의 반복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1.민자당 3당 합당을 계기로 지배 블록이 양당 체제로 분할됐다.

DJ까지 통합하려고 했던 대연정 방식의 구상은 실패하고 결국 DJ를 배제한 3당 통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이후 한국 정치는 YS 계열(통합 후 민정당계와 민자당계를 상대화하는 방식으로)과 DJ 계열 두 축으로 계승됐다.

2. 노동운동 현장에 기반을 둔 대학생 중심의 정파적 사회운동은 진보 정당 운동으로 전환됐다.

‘학출(학생운동 출신)’이라는 이례적이고 때로 ‘전설적’이기도 했던, 한 시대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 방식이 1991년 갑자기 공개된 논의도 분석도 없이 소실하고 한꺼번에 정당운동으로 대체됐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가 3당 통합으로 추동된 통치 구도 개편과 잘 맞물려 결실을 낳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진보 정당 운동이 뿌리내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논의할 때 필요한 잃어버린 출발점일 수도 있다.

3. 현재의 노동조합 조직 체제 또한 1991년을 기원으로 삼으며 이후 선진 노사 관계 전환과 민주노총 설립 등을 통해 기형적 특징이 강화된다.

1991년 시점은 조직된 노동운동으로서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활동기였지만 해소와 민주노총으로의 조직 전환을 둘러싸고 논쟁에 휩싸였다. 민주노총의 쇄신 없이는 대중운동의 새로운 전환은 어려울 테지만 쇄신을 위해 어디서부터 문제를 찾아야 할지 논의가 어려울 만큼 착종돼 있다.

4. 1991년은 남북 관계 개선에 힘입어 통일운동 세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통일운동은 앞선 시기에도 있었지만 남북 관계의 대전환을 계기로 공식적 정치 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5. 1991년은 그해 5월의 트라우마와 학출 현장 철수가 맞물리면서 학생운동의 지향에서 대대적 전환이 발생한 시점이기도 하다.

학생운동의 사회 진출 방식이 변화하고 학생운동 학습 프로그램이 일시적으로 붕괴했다. 선후배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기면서 이후 학생운동 활동가들은 시민운동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찾게 된다. 그리고 이 세대는 ‘87 체제론’의 가장 중요한 지지자로 부상한다.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