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계획범죄 속 치밀한 계획 2. 완전범죄와 두뇌싸움 <덜미,완전범죄는없다>

by 북콤마 2018. 3. 30.


철저한 계획범죄 속 치밀한 계획 2

# 범인은 추격을 피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범행 사실을 어떻게 숨기는가

8. 음료수와 음식: 포천 농약 살인 사건에서 범인은 시어머니가 즐겨 먹던 자양강장제에 농약을 집어 넣었다. 시어머니는 자양강장제를 마셨다가 냄새가 역겨워 화장실 변기에 내뱉었다. 구토를 했는데 색깔이 푸르스름했다. 그날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남편은 새벽에 음료를 마시고 복통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결국 사망했다. 당시 방에서는 500밀리미터 병에 담긴 음료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에는 제초제 성분 '파라콰트'가 섞여 있었다.

범인이 집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되던 날, 냉장고 뒤에선 이웃 농가에서 얻어온 파라콰트가 든 농약이,  장독대 뒤에선 그 농약이 섞인 밀가루 반죽이 발견됐다.

범인이 두 번째 남편을 살해한 방법은 엽기적이었다.

"농약을 밀가루에 섞은 뒤, 반죽을 말려 다시 빻았어요. 이렇게 '농약 가루'를 만들어서 김치찌게같이 짠 음식을 만들 때 조미료처럼 집어 넣었어요. 남편이 시름시름 앓다가 갔습니다."

실제 최근 수년 동안 발생한 농약 음독 사건 중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제가 유독 많다.  농약 중독은 발병 원인과 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9. 연탄가스:  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에서, 범인은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연탄 화덕을 옷걸이 뒤편 구석에 놓았다. 연탄가스 중독에 의한 동반 자살로 위장하려는 목적이었다. 범인은 작은아들은 한 달 전부터 연탄 화덕, 번개탄, 연탄 등 범행 도구를 하나씩 준비했다. 친구 명의로 세 차례에 걸쳐 수면제도 처방받아 음료수나 우유에 타 가족에게 먹일 준비도 했다. 투룸을 임시로 빌려 옥상에서 연탄을 태우며 예행연습도 거쳤다. 새를 사서 연탄가스 유독성을 실험했다. 연탄을 구입하는 통로와 화덕 사용법을 인터넷을 통해 공부했다. 

범행에 앞서 두 차례 시도가 더 있었다.  공구 상가에서 빌린 전동드릴로 부모가 자고 있는 작은방의 벽을 뚫어 가스를 분출시키려 했다가 실패했다. 다음날 밤에는 가스보일러 연통을 부모가 자고 있는 작은방에 연결해 가스를 주입했는데, 머리가 아프다며 잠에서 깬 부모가 119에 신고하는 바람에 허탕을 쳤다.

10. 방화: 양주 전원주택 살인 방화 사건에서, 범인은 집 안 온도를 높이려고 일부러 불을 질렀다. 지문이 뜨거운 열에 약하다는 걸 알고 흔적을 없애려는 의도였다. 또 외부인이 화재 신고를 하는 일이 없게 연기가 빠져나가는 걸 막겠다는 계산에서, 집 안의 문을 모두 닫아 놓았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 공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고, 보일러도 작동 중이었다. 화재 열기와 보일러 난방이 더해진 집 안 온도는 체감상 40도 이상이었다.

집 안은 시커멓게 그을린 화재 흔적투성이인데, 외부는 너무나 멀쩡했다. 동네 사람들 누구도 사건을 눈치 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