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음주자를 별종 취급하는 사회
__술을 잘 마시면 사회성이 좋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건 아닌가. 이 때문에 비음주자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문제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__직장에서 상사는 물론 동기들까지 회식 때마다 숨을 못한다고 핀잔을 준다. 점차 술자리 모임에서 배제되거나 2차, 3차에 빠지면서 의도치 않게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__이러한 환경에서 신념이나 종교 등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신체 이상 반응으로 마시지 못하는 비음주자는 별종 취급을 받는다.
통계
__2017년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과 관련한 사망자의 수는 4809명에 달했다.
__통계청이 실시한 ‘201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7년 1년간 술을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65.2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남성은 이 비율이 77.4퍼센트(여성 53.4퍼센트)에 달해, 남성 10명 중 2명 정도만 1년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__‘2018년 사회인식조사’에 따르면 절주와 금주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사회생활에 필요해서’(40.5퍼센트)가 꼽혔다.
음주 강요 문화
__한국 사회엔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비음주자는 건강에 해가 됨을 무릅쓰고 술을 마시거나, 아예 술자리를 기피하면서 소외되는 일이 잦다.
__2018년 9월 취업 정보 사이트인 인크루트가 대학생과 직장인 1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대학 시절에 억지로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7명(70.7퍼센트)에 달했다. 직장 생활 중에는 이보다 더 높은 73.3퍼센트가 음주를 강요받았다고 했다.
__술을 마시냐 안 마시냐는 개인의 선택인데도,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고 끈질기게 요구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__회식이나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거나 표정이 굳으면 ‘우스운 사람’으로 지목돼, 어느새 자신이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된다.
'술은 마시면 는다'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논리
__그럼에도 술을 마시면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맥주 반 잔만 마셔도 온몸이 새빨개지고 심장이 급격히 빠르게 뛰면서 호흡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술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술을 마시면 기도가 부어오르는 증상이 생긴다.
__강보승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사람들 중 40퍼센트는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성도가 낮다. 심지어 10퍼센트 정도는 분해 효소가 전혀 생성되지 않는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인들 상당수가 후천적 노력으로도 주량을 높이기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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