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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33년만의 진범

이춘재 마지막 사건, 청주 처제 성폭행 살인 사건 3: <33년만의 진범>

by 북콤마 2021. 12. 19.

1. 이춘재가 지금까지 인정한 범행 중 마지막 사건이다.

1994년 1월 13일 이춘재(당시 30대 초반)가 청주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으로 처제(20세)를 불러 주스에 수면제를 타 먹인 뒤 성폭행했다. 처제가 깨어나 울자 망치로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아들 유모차에 실어 880여 미터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다 버렸다. 다음 날 철물점 주인이 물건을 덮어놓는 파란색 천막 안에서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춘재는 1심과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기징역을 받았다.

 

2. 면식범

김시근은 1994년 1월 사건 당시 이춘재를 잡은 청주서부경찰서(현 청주흥덕경찰서) 강력5반 형사였다. 감식 요원과 함께 제일 먼저 사체 유기 현장에 임장했다. 그는 피해자의 몸에 방어흔, 즉 외부 공격에 저항한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판단했다.

__수사팀은 그길로 가족들을 탐문하기 위해 다들 모여 있는 피해자 부모의 집을 찾았다. 김시근은 슬픔에 빠져 통곡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큰 형부라는 사람을 금방 알아봤다. 보는 순간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__김시근은 일부러 이씨를 차에 태워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이씨가 차에 앉아서 무릎을 덜덜 떠는 것을 보고 그가 범인임을 거의 확신했다.

 

3. 사건 직후

이춘재는 48시간 넘는 경찰 조사 끝에 처제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사건이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자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며 다시 혐의를 부인했다. 이춘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시로 진술을 바꿔 수사팀을 흔들어놓기도 했다. 범행을 자백했다가도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범행을 부인하는 식이었다. 지독한 심리전이었다.

__당시 수사팀은 말을 바꾸는 이씨의 범행을 입증할 단서를 찾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래서 수사관들은 범행을 입증할 추가 단서를 찾으러 다시 현장 탐문에 나섰다. 이웃에게서 ‘새벽 물소리’를 듣고 다시 정밀 감식을 벌인 끝에 이씨 집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 혈흔을 채취한 것도 이때였다.

 

4. '새벽 물소리'

경찰은 탐문을 하던 중 인근 주민에게서 사건 당일 이춘재의 집에서 새벽까지 물소리가 났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춘재 집 욕실을 다시 찾았다. 

__범행 다음날인 1월 14일 아침 6시경 옆집에 사는 한 이웃은 자신의 집 보일러를 고치러 나갔다가 이씨 집 욕실에서 5분 동안 바가지로 물을 떠서 물을 좍좍 뿌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이웃은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는 걸 보니 어딘가 가려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탐문하던 경찰은 그 물청소가 증거 인멸임을 알아챘다.

__경찰이 욕실을 정밀 감식한 끝에 가까스로 욕실 손잡이의 커버와 배수구, 세탁기에 밑받침으로 괴어둔 장판지에서 혈흔이 검출됐다. 범죄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서 꼬리가 잡힌 것이다.

 

5. 진공청소기와 빨래, 세탁

이춘재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의 흔적을 없애려는 노력은 지독했다. 집 안을 쓸었던 테이프 뭉치에도 피해자의 혈액형과 같은 A형의 머리털이 5점 붙어 있었다. 범행 현장에 남은 피해자의 모발을 없애기 위해 테이프 뭉치로 바닥을 닦고 진공청소기를 돌린 것이다.

__오전 11시엔 검은색 비닐봉지 두 뭉치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렸으며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흔적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깨끗한 오리털 잠바를 세탁소에 맡겼다.

__경찰의 집요한 심문 끝에 범행을 자백했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구속된 아들을 찾아간 어머니에게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집 살림살이 중 태울 수 있는 것은 장판까지 모두 태워버려라”고 부탁했다. 

 

“처제 죽었는데 이춘재만 무덤덤해 용의자 직감”

20일 전화로 연결된 김시곤(62)씨는 1994년 이춘재를 처제 살해 혐의로 체포했을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김씨는 사건 당시 청주서부경찰서(지금은 청주흥덕경찰서) 강력5반 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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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만의 진범

최악의 장기미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종막WHY? + HOW? = WHO?1986~1994년 8년 범행 자백에서 범인의 실체까지 미치도록 잡고 싶다던 진범의 과거 행적과 사건의 구체적 전개 상황을 낱낱이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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