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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추천의글_안수찬 한겨레 기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by 북콤마 2014. 9. 19.

 

정환봉 기자는 특종 기자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독점 취재해 세상에 알렸다. 높은 자들을 고발하는 그의 투지는 낮은 이들을 살피는 시선에서 비롯했다. 낮은 곳의 사람들에 천착해야 높은 곳의 사람들을 추적할 힘이 생긴다. 그늘진 곳에서 메말라가는 삶을 살핀 다음에야 양지 바른 곳에서 썩어 문드러져가는 삶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세상 낮은 곳에는 이름을 받지 못한 삶과 이름을 호소하는 죽음이 있다. 이름 없는 이들에게 죽음은 생애 단 한 번 주어진 호소의 기회다. 그것 말고는 자신의 삶에 이름을 부여할 방법이 없다. 정환봉 기자는 그 가냘픈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덕분에 우리는 천 갈래 만 갈래로 균열해 붕괴 중인 이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전율할 수 있게 됐다.

  __안수찬 한겨레 기자, 전 탐사보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