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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매일같은밥을먹는사람들

혼밥과 사회경제적 요인: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by 북콤마 2022. 7. 20.

가난한 식사와 혼밥

__저소득층이 보내온 식사 사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식탁 사진을 보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속이나 한 듯 1인분 식사가 담긴 사진만 보내왔다.

__저소득층 25명을 인터뷰하고 그중 13명에게서 사진 129장을 받았는데 밥그릇 두 개와 수저 두 벌이 놓인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익숙해진 혼밥

__요즘 혼자 밥을 먹는 건 보기 드문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니다. 과거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보면 쓸쓸해 보일 때가 많았다. 지금은 일종의 트렌드로 혼자 먹는 밥이 소비되고 있다.

__혼밥 예찬론을 말하는 사람도 많다. 상대의 식성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 음식을 양껏 입에 넣고 우물거릴 수 있다는 점, 밥값을 누가 낼지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혼밥 찬양의 근거다. 지상파 TV 프로그램도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을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준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혼밥은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취급된다.

 

혼밥의 유해함

__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학계에선 수년 전부터 혼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연구 결과는 예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혼밥은 정신과 신체 건강 모두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__서울대병원 연구팀은 2021년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실은 논문에서 혼자 저녁 식사를 하는 성인의 26.6퍼센트가 우울증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의 우울증 경험 17.7퍼센트, 지인과 식사하는 사람의 우울증 경험 18.4퍼센트보다 높은 수치다. 2014년·2016년·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 4093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다.

__혼밥은 정신 건강뿐 아니라 몸 건강에도 좋지 않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비만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2018년 저녁 식사를 혼자 하는 사람의 체질량지수가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__혼자 식사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체질량지수 차이는 20대와 30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특히 혼자 밥을 먹는 남성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 이 연구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에 기초했다.

 

혼밥과 사회경제적 요인

__아무리 혼밥이 홀가분하고 편해도 매 끼니를 스스로 원해 혼자 먹는 사람이 있을까. 매 끼니를 스스로 원해 혼자 먹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하루 한 끼는 몰라도, 일주일에 두세 끼는 몰라도 삼시 세끼를 전부 다 홀로 먹고 싶은 사람은 없다.

__그렇지만 현실에는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혼자 먹는 사람이 많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은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__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은철 교수 연구팀은 2018년 보고서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의 식사 질이 다른 사람과 함께 밥 먹는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소득과 교육 수준 등이 낮을수록 혼밥을 하는 사람의 식사 질도 낮다고 설명했다.

__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도 소득이 낮은 청년일수록 혼자 밥 먹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가구 월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집단의 청년은 혼밥 비율이 9.5퍼센트였던 반면 가구 소득 600만 원 이상인 집단의 청년은 같은 비율이 1.6퍼센트였다.

__우리(저자들)가 만난 사람들도 그랬다. 일주일 식사를 모두 혼자 해결했다.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도,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 때도 식탁에는 한 사람 분량만 있었다.

 

밥상 공동체

__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사람 중엔 함께 식사할 가족이 없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만난 중장년 남성은 이혼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았다.

__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가정이 해체된 이후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져 혼자가 된 그들에게 속할 다른 공동체는 없다. 이는 우리가 만난 다른 저소득층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 지역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 그들은 스스로 원해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__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밥상 공동체를 회복해 해결해야 한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 여러 사람이 앉는 식탁에 앉혀야 한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식사 선택의 권리’에 주목한 책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을 출간한다. 가난한 사람이 잘 먹지 못한다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식사를 선택할 수 없고 먹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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